역사이야기

8-15를 맞아 _ 일본 천황의 종전(終戰)조서

멍탐정고난 2023. 8. 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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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지나 생각나는 것이 일본 천황의 이른바 종전조서(終戰詔書)’. (항복 선언이 아니다). 우리 때 초등학교 교과서에 일본 천황이 떨리는 소리로 방송.. 어쩌고 하는 글이 실려 있기도 하여, 그런 게 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으나, 전문(全文)을 읽어 본 것은 최근이다.

일본 천황의 대동아전쟁종결조서(大東亞戰爭終結詔書)

원문 텍스트와 번역문은 글 말미에 붙이겠거니와 문장이 상당히 어렵다. 일본어 토씨나 읽는 수준인 나야 말할 것도 없지만, 잘 하는 사람아니 일본인들조차도 보통 대중(大衆)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다. 말 자체가 어려운 것만 골라 놓은 것이다. 

유범(遺範)’ 같은 것은 그렇다 치고, 너희들 신민 하지 않고 爾臣民 해 놓으면 보통 사람이 알아먹겠나?拳拳措カサル 같은 것은 직역에서 권권복응(拳拳服膺)이라고 해 놓은 바,번역문조차도 무슨 말인지 몰라 찾아보니 중용(中庸)에 나오는 구절로, 그것도 그대로가 아니라, 떨어져 있는 글자를 조합해야 한다.

일본어도 알고, 중용도 읽고, 그 중용을 일본어로 발음할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 소중히 받들어 모시고 잠시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서(衆庶), 봉공(奉公), 서기(庶幾) 따위는 당시 지식인에게는 그리 어렵지 않았겠지만, 문장이 아니라 라디오로 들으면 귀에 잘 들어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사세(四歲)를 열()하고 (전쟁 시작한 지) ‘4년이 지나고 란 뜻이다.

백료유사(百僚有司)’는 우리 식으로 하면 문무백관(文武百官)인 듯한데,일본에선 이런 식으로 쓰는지,조서(詔書) 용으로 개발했는지?

문장을 보면야 이해하겠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말 가지고는 힘들겠다.

, 용어는 그렇다 치고, 내용이 아주 맹랑하기 짝이 없다.

()의 뜻이 아니라면?

….. 미, 영서기(庶幾)함에 불과하고 타국의 주권을 배하고 영토를 범함은 물론 짐의 뜻이 아니었다…… (米英二國宣戰セル所以亦實帝國自存東亞安定トヲ庶幾スルニ 他國主權領土スカキハヨリニアラス…)

이 무슨 개 같은 소리인가?

1. 쳐 들어가긴 했지만 침략은 아니었다?

2. 그렇게 한 것은 천황의 뜻이 아니라, 신하-백료(百僚)들의 뜻이었다?

문맥 상 1의 뜻 같다. 무슨 술은 먹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었다인가. 사람은 죽였지만 살인은 안 했다?

종전(終戰)의 이유

기가 찬 것은 종전(패전이 아니라) 이유인데 다음과 같다.

“ ….. 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여 빈번히 무고한 백성을 살상하여 참해에 미치는 바 참으로 측량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이상 교전을 계속하게 된다면…..” (….殘虐ナル爆彈使用シテ無辜殺傷慘害所眞ルヘ カラサルニ尙交戰繼續セムカ….)

적이 잔인해서 손을 들었다? 이런 싸가지들이니 침략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같은 소리가 나오지.

별로 긴 문장은 아닌데 다 읽어 봐도, 침략했다는 이야기 전혀 없고, 따라서 반성이 나올 수 없고, 적이 잔인한 것이 문제였을 뿐이다.

그나마 일본에서는 1945 8 15일 방송 후 재방송 없이 그냥 제쳐 둔 듯. 전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이후 일본 정치인들은 과거사 발언들은 우연이나, 망언이 아니라 일본의 일관된(?) 본심인 것이다.

전에 일본 수상 하나가 한국에 넌더리 내면서 나라가 이사 갈 수도 없고..’ 라는 발언을 한 바 있는데,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일본 없는 데로 이사 갔으면 좋겠는데 그럴 방법도 없고..

최근의 오펜하이머 개봉에 일본인들(일부이겠지만...) 반응은 무고한(?) 일본에게 잔인하게 원자폭탄을 날린 미국이란 시각을 가지고 있던데... 지네들이 먼저 진주만 공습해서 태평양전쟁 시작한 사실은 어디다가 까먹었는지... 심지어 1945년부터 잊고 있었던것이 틀림이 없다. 인간이 다 그렇지만 지네들 불리한 사실을 편리하게 지우고 기억하는 역사인식은 일본인들 특징인 것 같다.

종전 조서의 일본어 원문

大東亞戰爭終結詔書

朕深世界大勢帝國現狀トニ非常措置時局收拾セムト

?忠良ナル爾臣民

帝國政府ヲシテ米英支蘇四國共同宣言受諾スル旨通告セシメタリ

?帝國臣民康寧万邦共榮ニスルハ皇祖皇宗遣範ニシテ

?カサル?米英二國宣戰セル所以亦實帝國自存東亞

安定トヲ庶幾スルニ 他國主權領土スカキハヨリ

ニアラス

ルニ交戰已四歲陸海將兵勇戰朕百僚有司精朕

一億衆庶奉公各?最善セルニラス戰局必スシモ好轉セス世界大勢

亦 我アラス加之敵殘虐ナル爆彈使用シテ無辜殺傷慘害

所眞ルヘカラサルニ尙交戰繼續セムカ民族

滅亡招來スルノミナラス人類文明ヲモ破却スヘシクムハ

朕何テカ億兆赤子皇祖皇宗神靈セムヤ

帝國政府ヲシテ共同宣言セシムルニレル所以ナリ

 

帝國終始東亞解放協力セル諸盟邦遺憾

セサルヲ帝國臣民ニシテ戰陣職域非命レタル

及其遺族セハ五內爲且戰傷災禍

家業ヒタル厚生リテハ軫念スルナリ

 

フニ今後帝國クヘキ困難ヨリ尋常ニアラス

爾臣民哀情朕善レトモ時運所耐キヲ

キヲ万世太平カムト

 

??護持忠良ナル爾臣民赤誠信倚

爾臣民スル所濫事端クシ

同胞排?時局大道信義世界フカキハ

朕最シク擧國一家子孫相轉神州不滅任重クシテ

道遠キヲ總力將來建設道義クシ志操クシ?

 

精華發揚世界進運レサラムコトヲスヘシ

爾臣民其?セヨ

 

번역 (직역에 가까운)

 

대동아 전쟁 종전의 서

 

짐은 깊이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상에 감하여 비상조치로써 시국을 수습코자 여기 충량한 그대들 신민에게 고하노라.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 ,영 , 소 중 4국에 대하여 그 공동선언을 수락할 뜻을 통고케 하였다.  생각컨대 제국신민의 강령을 도모하고 만방 공영의 낙을 같이함은 황조황종(皇祖皇宗)의 유범(遺範)으로서 짐의 권권복응(拳拳服膺; 소중히 지키고 잠시도 잊지 않는다) 하는 바, 전일에 미,영 양국에 선전한 소이도 또한 실로 제국의 자존과 동아의 안전을 서기(庶幾)함에 불과하고 타국의 주권을 배하고 영토를 범함은 물론 짐의 뜻이 아니었다.

연이나 교전이 이미 사세를 열하고 짐의 육, 해 장병의 용전, 짐의 백료유사(百僚有司)의 정려(精勵), 짐의 1억 중서(衆庶)의 봉공(奉公)이 각각 최선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은 필경에 호전되지 않으며 세계의 대세가 또한 우리에게 불리하다.

뿐만 아니라 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을 사용하여 빈번히 무고한 백성을 살상하여 참해에 미치는 바 참으로 측량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이상 교전을 계속하게 된다면 종래에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뿐더러 결국에는 인류의 문명까지도 파괴하게 될 것이다.

여사히 되면 짐은 무엇으로 억조의 적자를 보하며 황조황종의 신령에 사할 것인가. 이것이 짐이 제국정부로 하여금 공동선언에 응하게 한 소이이다. 짐은 제국과 함께 종시 동아해방에 노력한 제맹방에 대하여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신민으로서 전진에 죽고 직역에 순하고 비상에 패한 자 및 그 유족에 생각이 미치면 오체가 찢어지는 듯하며 또 전상을 입고 재화를 만나 가업을 잃어버린 자의 후생에 관해서는 짐이 길이 진념하는 바이다.

생각하면 금후 제국의 받을 바 고난은 물론 심상치 않다. 그대들 신민의 충정은 짐이 선지하는 바이나 짐은 시운의 돌아가는 바 심난함을 감하고 인고함을 인하여서 만세를 위해서 태평을 고하고자 한다. 짐은 여기에 국체의 호지함을 얻어 충량한 그대를 신민의 적성에 신의하여 항상 그대들 신민과 함께 있다.  만약 정에 격하여 사정을 난조 하여 혹은 일명배제하여 서로 시국을 어지럽게 하고 대도를 그르치게 하여 신의를 세계에 잃게 함은 짐이 가장 여기에 경계하는 바이다.

모름지기 거국일치 자손상전하여 굳게 신국의 불멸을 믿고 각자 책임이 중하고 갈 길이 먼 것을 생각하여 총력을 장래의 건설에 쏟을 것이며 도의를 두텁게 하고 지조를 튼튼케 하여 국체의 정화를 발양하고 세계의 진운에 뒤지지 않도록 노력할지어다.

그대들 신민은 짐의 뜻을 받들어라.

1945 8 15

히로히토

번역(쉬운 말로)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상(現狀)을 깊이 생각해본 짐은 비상조치를 취함으로써 시국을 수습하려 하며 이에 충량(忠良)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짐은 제국정부로 하여금 미국,영국,중국.소련 4개국에 그 공동선언(포츠담선언)수락한다는 뜻을 통고케 하였다.

제국 신민의 강녕을 도모하고 만방 공영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황실의 선조들이 물려주신 엄숙한 규범으로 짐도 깊이 간직하고 있는 바이다.

짐이 영국과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것 역시 제국의 자존과 동아시아의 안정을 보장하려는 신실한 마음에서 우러난 것이지, 타국의 주권을 침해하거나 영토를 침범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니었다. 그러나 전쟁이 시작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육해군 장병들의 용감한 전투, 많은 관료의 여정(勵精), 1억 서민의 헌신적 봉사를  통해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황은 호전되지 않고 세계의 대세 또한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게다가 적()은 새로이 잔학한 폭탄(리틀보이, 팻맨)을 사용하여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살상력으로 무고한 생명을 끊임없이 앗아가고 있다. 우리가 교전을 계속한다면 우리 민족의 멸망뿐 아니라 모든 인류문명의 파멸을 초래할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짐이 어떻게 억조의 인민을 구하고 황실의 신령께 사죄할 것인가? 이런 이유로 나는 제국정부로 하여금 공동선언에 응하도록 하였다.

짐은 제국과 함께 시종일관 동아시아의 해방을 위해 협력해준 여러 맹방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제국신민으로써 전장에서 죽은 자, 직무를 수행하다 순직한 자, 불시의 죽음을 맞은 자와 그 유족들을 생각하면 오장이 찢어질 듯하며, 부상을 입거나 재난을 당하거나 가업을 잃은 사람들의 후생에 대해 짐은 마음 깊이 염려하는 바이다.

앞으로 제국은 심상치 않은 고난에 처할 것이다. 짐은 너희 신민의 충정(衷情)을 잘 알고 있으나, 시운(時運)에 따라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고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으면서 만세(萬世)를 위하여 태평을 열고자 한다.

(천황제의) 국체를 호지하게 된 짐은 충성스럽고 선량한 너희 신민의 갸륵한 정성을 믿고 의지하며 항상 너희 신민과 함께 할 것이다. 격한 감정으로 화를 자초하거나 쓸데없는 다툼으로 시국을 어지럽히고 대도(大道)를 그르친다면 세계의 신의를 잃을 것이니, 이는 무엇보다 짐이 크게 경계하는 바이다. 모름지기 거국일치하여 대대손손 이어갈 신국(神國)의 불멸을 크게 믿고, 책임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점을 유념하라. 장래의 건설에 총력을 기울이고 도의를 함양하며 지조를 굳건히 함으로써, 국체의 정화를 발양(發揚)하고 세계의 진운(進運)에 뒤처지지 않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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