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봉정사 영산암(靈山庵)의 흥미로운 벽화(壁畵)들 (경북 안동,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멍탐정고난 2023. 8. 9.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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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 기슭에 있는 봉정사(鳳停寺)는 682년(신문왕 2) 의상(義湘)이 창건한 절로 알려져 왔으나, 1972년 극락전에서 상량문이 발견됨으로써 672년(문무왕 12) 능인(能仁) 대사가 창건했음이 밝혀졌다. 천등굴에서 수학하던 능인 대사가 도력으로 종이로 봉(鳳)을 만들어 날렸는데, 이 봉이 앉은 곳에 절을 짓고 봉정사라 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창건 후 능인은 이 절에다 화엄강당(華嚴講堂)을 짓고 제자들에게 전법(傳法)하였다 한다.

능인대사가 의상대사의 제자이니 창건설화가 구전되어 오다가, 능인대사에서 의상대사로 와전되었을 수도 있겠다.

봉정사의 영산암은 지조암과 함께 봉정사의 부속암자로 응진전, 영화실, 송암당, 삼성각, 우화루·관심당 등 5동으로 이루어져 있고, 건물의 구체적인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봉정사영산암향로전창건기'와 봉정사영산전중수기'등의 사료로 볼 때 19세기 말로 추정된다. 

 

응진전(應眞殿) 

봉정사 영산암의 중심 법당은 응진전(應眞殿) 이다. 응진전은 나한전(羅漢殿)과 같은 말인데, 나한(羅漢)에 대하여 불교 쪽 설명은 다음과 같다. 

나한(羅漢)은 아라한(阿羅漢)의 준말이며, 범어(梵語:인도어, 산스크리트어라고도 한다.)로 아르한(arhan)이다. 나한, 아라한을 다른 말로 응공(應供)이라고도 하는데, 공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뜻이다. 살적(殺賊), 불생(不生), 응진(應眞), 진인(眞人), 성자(聖子) 등으로도 의역한다. 처음 아라한은 부처님을 가리켰으나, 뒤에 구별되어 부처님 제자가 도달하는 최고 깨달음의 경지를 의미하게 되었다.

나한, 아라한이 보살과 다른 점은 대개 실존 인물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나한이 도교와 결합되어 신선처럼 묘사되거나 선종의 조사가 나한으로 모셔 지기도 했다.

한국 역시 나한은 복을 비는 대상이었다현재는 관음, 미타, 지장 등에 흡수돼 구분이 쉽지 않다. 운운

그러니 부처님보다는 한끝 밀리지만, 보살과 엇비슷하다 정도인 듯한데, 그건 그렇고….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나한전의 벽화가 꽤 볼 만하다.

영산암 응진전 쪽마루

안동 지역 절은 툇마루, 쪽마루가 유난히 발달했다고 한다. 영산암의 본절인 봉정사 대웅전에도 특이하게 쪽마루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 된 목조 건물이라는 극락전에도 쪽마루가 있었고, (내가 배울 때는 부석사 무량수전이 最古 라고 했는데 그 뒤 바뀐 모양) 있어야 맞는데, 복원하며 잘 알지도 못하며 없앴다, 복원이 잘못 되었다고 얼마 전 매스컴에 말이 나왔다.

삼존불(三尊佛)

응진전 안으로 들어가면, 중심 불단에 삼존불(三尊佛)을 모셔 놓았다

(윤회가 중요한 불교의 특성상 과거,현재,미래를 상징하는 삼존불이 메인으로 항상 모셔지는 것 같다.)

응진전 삼존불

절의 부처와 보살은 종류가 많기도 하다. 그럼 개신교 신자들은 .. 불교는 다신교(多神敎)구나!’ 할 지 모르지만. (다신교란 말에는 미신, 무속이란 뜻이 어느 정도 함축되어 있다.) 일즉다(一卽多), 다즉일(多卽一) 만법귀일(萬法歸一)의 원리가 또 있으니, 그렇게 간단하게 결론 내리면 곤란하다.

저 모든 부처와 보살과 나한이 어찌보면 하나이나, 어찌보면 여럿이라는 심오한 화두도 있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지 않는가?

어쨌던 그 많은 부처와 보살을 구별하는 도상(圖像)적 원칙이 있어야 하고보통 들고 있는 지물(持物)이나 수인(手印)-손 모양으로 가려 낸다.  일본은 그런 원칙이 일단 정해 지면 잘 지킨다는데, 우리나라는 융통성이 풍부하다고 할까, 원체 찡골들이라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따라서 그냥 봐야 잘 모르고, 절의 설명을 듣는 것이 확실하다. 영산암 불단에 적힌 설명으로는;

왼쪽부터 제화갈라(提和竭羅)보살, 석가여래(釋迦如來), 미륵(彌勒) 보살이다.

제화갈라는 과거불인 연등불(燃燈佛)의 아바타고, 석가여래는 현세불(現世佛), 미륵은 미래불(未來佛)이니, 차례로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불(三世佛)이다.

옆에서 본 삼세불

항상 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지, 그래서 주불은 현세불인 석가세존, 좌우 협시(夾侍) 보살로 제화갈라, 미륵이다.

()

절 법당에는 용()이 많다. 법당 자체가 중생을 피안(彼岸)으로 태워 가는 반야용선(般若龍船)이고, 부처님은 그 선장이다.

영산암 응진당 삼세불 모신 불단위 닫집에 용이 그려져 있다.

민화(民畵) 냄새 나는 용은 무서워하라고 그렸을 텐데, 어쩐지 코믹하다. 이렇게 우리나라엔 무서운 것이라곤 없으니 개판치는 사람이 많은 듯.

나한(羅漢)

법당 이름이 응진전 곧 나한전이니, 나한들이 있어야 마땅하여, 가운데 불단에 삼세불을 두고, 그 좌우로 나한(羅漢)들이 포진하고 있다.

응진전 서측 나한
응진전 동측 나한

나한의 숫자는 보통 4, 4의 제곱 16 그리고 500, 1200…이런 식으로 나가는데, 영산암 응진전엔 좌,우 각 8구씩 16나한이다. 저 나한들도 다 이름이 있을 텐데, 그거 파악하기엔 기력이 달려 귀엽게(?) 생겼다 정도로만 봐 두었다.

노승과 귀면(鬼面)

좌우 협시보살 옆으로 각각 노승이 있고 다시 그 위로 용()인지, 귀면(鬼面)인지가 그려 져 있다.

단정학(丹頂鶴)

화투의 학은 1월 솔광 인데, 여기 벽화의 학은 매조.

봉황(鳳凰)

저 새는 봉황으로 보이는데, 혹 봉정사 이름의 연원(淵源)이 되는, 능인대사가 접어 날려 보냈다는 종이 봉황 아닌지?

바깥 벽화

응진전 바깥 벽에도 그림이 빼곡히 그려 져 있다.

까치호랑이 

그 유명한 조선 민화(民畵) 그대로인 호랑이는 인상을 있는 대로 써도 우습기만 한데, 나뭇가지에 앉은 새는 까치라고 보기엔 날개가 희다.

바깥 벽에도 두루미가 있는데, 머리는 붉지 않다. , 바깥 두루미에는 솔이 그려 져 있군.

토끼와 매

측벽 위를 덮은 나무 천판 이랄지, 널판 안쪽 벽에도 그림이 있다.

사슴

사슴의 눈과 뿔이 재미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슴을 꼭 저런 식으로 그린다.

낚시에 걸린 용

법당이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 했거늘, 용을 낚시에 걸어 당기고 있다. 낭패 본 용을 끌어 당기며 희희낙락(喜喜樂樂)하는 사람이 잘난 것 같지만, 실은 용이 중생을 위해 일부러 걸려 주었다는 의미라고 한다. 

영산암 건립 연대를 19세기 말()로 추정하고, 그림에도 어쩐지 현대적 냄새가 나, 연대가 그리 오래 되었을 수는 없지만, 흥미로운 그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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