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길상사(吉祥寺) - 관음 보살과 성모 마리아

멍탐정고난 2023. 7. 1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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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처가집에 불사(佛事)가 있어, 길상사(吉祥寺)엘 갔다. 신도들이 몰려들긴 아직 이른 시간이라 경내에는 몇 사람 없다.

앗! 짜장전!

이것은 건물 배치 팻말을 보던 조카가 뱉어낸 소리였다. 윽..짜장이라니

다름아닌 지장전(地藏殿)을 두고 말함이었다. 군대까지 다녀온 녀석 머리 속에 지장(地藏)이란 개념은 전혀 없이 짜장만 입력되어 있다니. 계단을 올라서면 극락전(極樂殿)이 있고, 극락전을 마주 보고 마당 왼편에 조각상이 하나 서 있다.

 

 

그런데 관음(觀音)이야? 마리아야? 절에 있으니 볼 것도 없이 관음(觀音)이겠지만 조각이 풍기는 분위기는 바로 마리아였다. 대체 어찌 된 일일까? 해설판을 읽어 본다.

 

최종태란 분이 조각했다고 하여, 인터넷에서 인물검색을 해보니 전(前) 서울대 교수에 천주교 신자라고 한다. 그럼 그렇지.
카톨릭 신자가 조각했으니, 부지불식(不知不識) 간에 마리아 닮게 나왔으리라.

관음이던 마리아던 조각은 여성상인데 관음은 또 과연 여자 또는 여신 맞을까?

위는 길상사 본전인 극락전의 불상이다. 본당 이름이 극락전으로 붙었으니 가운데 부처님-주불(主佛)은 당연히 아미타상일 것이고, 좌우 두 협시(夾侍) 보살 중 보는 방향에서 왼쪽은 생김새로 보아 지장보살, 그리고 오른 쪽은 관음보살일 텐데, 여기서 관음보살은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명치 않다. 어쨌던 요즘 불상 만드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

그러나 그 좋은 현대기술 가지고도 되게 웃기게 만든 불상 많은데, 여기 불상은 비례나 단아한 표정이니 상당히 잘 만들었다. 후불탱화도 참 좋고. 교리 상 관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잘 모르지만 민간에 투영된 이미지로는 여신(女神)이다.

"관세음보살은 불교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중생의 근기에 맞는 모습으로 나타나 대자비심을 베푼다는 보살이다. 관자재보살 또는 줄여서 관음보살이라고도 한다. 고통에 허덕이는 중생이 일심으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하면 즉시 그 음성을 듣고 달려와 자비심으로 구제해주는 보살로, 현세이익 신앙의 대표적인 경배 대상이다. ...  관음신앙은 각 고장의 민간신앙을 흡수하여 불교화시키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남성으로 취급된 경우도 많이 있다. 관음은 초기 대승경전인 『법화경』 · 『대아미타경』 등에서도 남성명사로 나타나며, 그 이후의 그림과 조각에도 흔히 남성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풍만한 가슴을 가진 여성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즉, 관음보살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분간하기가 힘든 보살인데, 기원적으로 볼 때 여성이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것은 불교에서 발전한 ‘변성 남자’, 즉 여자가 성불할 때는 일단 남성으로 전환하여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 정토 경전류의 사상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바티칸,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성모마리아와 예수)

유일신(唯一神)교 교리상 드러내 놓고 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천주교에서 성모 마리아의 위상 또한 여신(女神)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빌고 갈구하는 대상이 여신(女神)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고대의 이시스 여신부터 동양의 관세음보살과 서양의 성모마리아까지, 사람들의 마음속의 여신이라는 이미지는 비슷하게 이어지는 게 아닐까? 비록 이름과 배경 디테일은 차이가 있지만, 자비롭게 사람들을 보살펴주는 어머니 같은 신이 필요했던것이 틀림이 없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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